문정희 할머니 고추장

"부드럽고 매콤하며 당화 속도 느려 신맛 없어"

전라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순창은 예로부터 옥천(玉泉) 고을이라 불릴 만큼 물이 맑고 산세가 수려한 지역이다.

노령산맥의 산간지대에 위치해 있어 내장산과 섬진강의 멋들어진 경관도 유명하지만, `순창`하면 무엇보다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다. 순창고추장이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한 최상급 고추장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물과 공기가 맑은 청정지역이라는 장점 외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안개가 많아 발효에 관여하는 바실러스균과 메주 곰팡이 아스퍼질러스 등의 생육이 활발할 수 있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췄다. 당연히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에 비해 맛이 좋고 몸에 좋은 미생물 등이 월등히 많다. 이에 순창군은 한국의 발효식품에 대한 전세계의 뜨거운 관심에 발맞추기 위해 이미 오래 전, `전통식품 제조기능인 제도`를 도입해 지역 특화책에 앞장서고 있다. 장인들로 구성된 `민속마을`을 지정, 우리 전통식품의 계승, 발전과 가공기능인의 명예보호를 위한 취지였다. 해당 가공업 20년 이상 종사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전통 조리가공법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기능인에게만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 중, `순창전통고추장기능인정서 제1호`에 빛나는 문정희할머니고추장(대표 문정희 www.moon-junghee.co.kr)이 단연 눈에 띤다.

전통방식 고수하는 민속마을 터줏대감

민속마을 내 50여 개 전통고추장 제조업체 중에서도 문정희할머니고추장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7대를 이어가고 있는 순창고추장 제조기술의 장인가문이라는 점이다. 며느리 신혜란 선생님은 물론 할머니를 돕는 일손 모두가 최소 10년 이상을 함께 일해온 한가족과 다름이 없다. 특히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신혜란 선생님의 아들 김세혁씨도 일손 중 한명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졸업 후 아이들을 가르쳤던 김세혁씨는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가업을 잇기 위해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할머님의 손자까지 7대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남다른 애정으로 만들어진 고추장은 그 정성만큼이나 특색 있는 맛을 자랑한다. 1987년, 전통고추장품평회 1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그 맛의 비결은 우선, 다른 제품에 비해 농도가 짙고 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 추운 겨울에 담그기 때문에 맛이 부드럽고 매콤하며, 당화 속도가 느려 신맛이 없다.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예전 순창고추장의 단점이었던 짠맛을 없애는 변화 또한 추가했다.

방부제는 당연히 사용하지 않으며,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방식을 입에서 입으로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찹쌀과 매실, 보리를 주원료로 다양한 고추장을 출시 중이며, 최근 다이어트 효과로 인기가 높은 청국장분말과 환 제품도 있다. 재래식 된장과 분리하여 만든 간장제품과 7개월~1년 간 숙성 시킨 된장 제품 등도 모두 전통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밑반찬 제품도 판매 중이며, 더덕, 무, 도라지, 오이, 마늘, 깻잎 등 다양한 원료를 소금에 절인 후 재래식 간장과 된장에 넣어 꺼낸 다음, 수 차례 고추장을 바꿔가며 6개월~ 1년 동안 장기 숙성 시켜 종래의 제품과는 깊이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객 향한 정성이 최우선, 규모 커져도 기업화 않을 터

한번 맛을 본 고객들이 다시 찾는 것은 물론,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요즘은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도 쉽지가 않다. 이쯤 되면 생산기반을 늘려 더 많은 이익에 욕심이 날 법도 한데, 문정희할머니는 자신의 고추장 브랜드를 기업화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 지금도 고객이 주문해 주신 고추장을 일일이 손수 퍼 담아 주신다는 문정희할머니는 "공급이 많아질수록 고객에게 쏟는 정성을 소홀히 할까 싶다."라며 오랜 세월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면모를 내비쳤다.


인터넷과 전화로 구매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은 순창지역 민속마을과 고추장골목 2개 지점이 있다. 휴대용 소포장과 선물용으로도 알맞은 고급스러운 포장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전화주문 063-653-8230/3130)


- '대중경제문화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